노트북을 덮어도 에이전트는 일한다
맥미니는 집에, 맥북은 화면으로. Tailscale과 Orca로 만든 개발환경
나는 일주일에 두 번가량 재택근무를 한다. 집에서는 맥미니, 사무실에서는 맥북. 컴퓨터가 두 대라는 건 생각보다 피곤한 일이다. 개발환경을 양쪽 다 똑같이 맞춰놔야 마음이 편한데, 그게 늘 조금씩 어긋난다. 깃헙에 dotfiles 레포 하나쯤 만들어본 경험은 다들 있을 것이다. 나도 그랬고, 거기서 멈추지 않고 chezmoi 같은 툴까지 찾아다니며 어떻게든 편하게 맞춰보려고 꽤 애를 썼다.
그래도 사고는 꼭 난다. 집에서 신나게 작업하다가 push를 안 하고 출근한 날이면 사무실에서 어제 코드를 볼 수가 없다. 한쪽에만 깔아둔 CLI가 다른 쪽엔 없어서 “아 이거 여기엔 없었지” 하는 순간도 한두 번이 아니다.
그래서 최근에는 아예 맥미니를 항상 켜두고, tmux로 세션을 띄워놓은 채 맥북에서 SSH로 붙는 식으로 버텼다. 나쁘지 않았다. 그런데 이걸 훨씬 편하게 만들어주는 게 나타났다. Orca라는 툴인데, 워크트리마다 터미널과 AI 에이전트를 붙여두고 카드처럼 오가며 일하는 물건이다. 게다가 원격 서버를 지원한다! 맥미니를 서버로, 맥북을 화면으로 쓰는 구성이 tmux 없이 그냥 된다.
좋은 점
아침에 출근하면서 폰으로 에이전트한테 일을 시켜둔다. 회사에 도착해 노트북을 열면 그 사이에 끝난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. 퇴근길에는 반대다. 지하철에서 폰으로 진행 상황을 보고, 집에 와서 맥미니 앞에 앉으면 아까 그 자리다. 워크트리도, 터미널도, 브라우저 탭도 그대로. “아까 어디까지 했더라”를 떠올릴 필요가 없다. push를 안 하고 출근하는 사고도 사라졌다. 코드가 애초에 맥미니에만 있으니까.
노트북도 조용해졌다. 빌드를 돌리고 에이전트를 여러 개 띄워도 발열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. 무거운 일은 전부 맥미니가 하니까. 맥북은 사실상 화면과 키보드가 되어버렸다 😅
그리고 tmux가 없어도 된다. 맥미니를 원격 개발 서버로 쓰는 글은 대부분 SSH + tmux 조합이다. Orca는 런타임과 클라이언트가 분리되어 있어서 이 과정이 통째로 빠진다. 맥미니에서 돌던 워크트리, 터미널, 에이전트 세션을 맥북의 Orca 앱이 그대로 보여준다. Orca가 이 구성이랑 유독 잘 맞는 이유다.
연결도 생각보다 간단하다. Tailscale을 맥미니와 맥북에 깔고 같은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끝이다. 정말 끝이다! 포트포워딩 같은 건 필요 없다. Orca는 양쪽 앱에서 Settings → Remote Orca Servers로 들어가서, 맥미니에서 만든 링크를 맥북에 붙여넣으면 된다. 폰도 마찬가지로 QR 한 번 찍으면 끝이다. 자세한 건 Orca 문서에 있다. 이걸 처음에 한 번만 해두면 그 뒤로는 연결에 대해 신경 쓸 일이 없다.
마무리
이동 중에 에이전트가 권한을 물어보면 폰의 Orca에서 바로 승인할 수 있다. 좋은 점처럼 들리지만, 그래서 문제다. 모든 시간을 에이전트 돌리는 데 쓰게 된다. 출근길에도 퇴근길에도 폰을 들여다보고 있다.
나만 이런 건 아닌 것 같다. Axios는 올해 4월에 AI 에이전트가 파워 유저들의 뇌를 뒤흔들고 있다는 기사에서 에이전트를 슬롯머신에 비유했다. 한 스타트업 CTO는 에이전트 코딩으로 넘어간 뒤 몇 달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했다. Evil Martians도 AI를 쓰는 엔지니어들이 번아웃되고 있다는 글에서, 예전 같으면 자연스럽게 쉬었을 짬을 전부 프롬프트 넣는 데 쓰게 된다고 지적했다. 에이전트는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나도 안 쉬게 된다.
그래도 맥미니 앞에 앉았을 때 아까 그 자리가 그대로 있는 건 여전히 좋다. 폰은 가방에 넣어두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.